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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pixabay

정확하게 말하는 것보다는 참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여름 밤의 꿈> 중, 윌리엄 셰익스피어

난 소통이라는 말이 싫었다. 정확히는 모두가 소통의 문제를 말하고 다니는 게 싫었다. 개나 소나 소통이 문제라고 소통의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그 소통이란 말이 무슨 유행처럼 여기저기 들불처럼 번지고 다니는 게 싫었다. 어느새 소통을 말하지 않고 소통에 대해 노래하거나 이야기하지 않으면 ‘힙’하지가 않은 게 싫었다.

내게 중요한 건 소통이 아니라 사회, 그리고 개인, 그리고 차별과 폭력과 소수자 같은 문제였다. 내게 소통은 배에 기름이 낀 배부른 대학생들이 노래하는 철없는 유행가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그 놈의 소통은 연애할 때나 필요하고 그 잘난 연애에 기름칠하기 위해 필요하고 그 못난 연애가 끝이 나면 비극적으로 연애를 노래하기 위해 가져다 쓰는 게 소통이잖아,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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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에 연애를 길게 이어가는 바탕은 인정이었다. 인정이 없으면 소통도 없었다. 그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소통은 소통이 아니었다. 그건 가짜 소통이었다. 난 진짜로 소통하는 사람들과 연인들을 그다지 많이 보지 못했다. 그것은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난 자주 인정받지 못했고 그만큼 나도 누군가를 인정한 적이 거의 없었다. 난 그래서 지금도 웬만하면 사랑을 믿지 않는다. 진짜 사랑이 아닌 순간에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은 사실 뭔가 더 단순한 감정을 에둘러 이야기하는 쑥스러운 거짓말일 뿐이다.

그들이 말하는 소통의 진짜 의미와 내가 말하는 인정의 다른 언어는 공감일 것이다. 나는 소통은 믿지 않지만 공감은 믿는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이해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공감해주는 것은 가능하리라 믿는다. 마찬가지 내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위선이고 가식일 뿐이다. 다만 난 언제든 누군가에게 공감할 수가 있다.

그래서 정확하게 말하는 것보다는 참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뭐든지 정확함에 집착하면 정확해지지 못한다. 예를 들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정확하게 이야기하려는 것은 상당한 공허함을 낳는다. 사실들의 나열은 그저 사실들의 나열일 뿐이다. 그것이 나로서 기능하리란 보장은 전혀 없다.

공감은 감성에 호소하는 ‘감성팔이’와는 다르다. 감성팔이는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공감은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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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 믿고 있는 자신의 감성과 소통은 참된 것보다는 사실 정확한 것에 가까울 것이다. 그것은 끝내 공허해지고 소비될 뿐이다. 공감은 그보다 한층 더 수고로움을 필요로 하고, 한층 더 고통스러움을 동반한다. 누군가에게 공감하는 것은 노력을 필요로 하고, 단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때로는 한없는 고통스러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공감은 힘들고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필요한 것이 공감이다.

공감이 당신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지는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공감한 사람의 삶은 약간 나아지게 할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이 모이다 보면 공동체와 사회가 약간은 나아질 수도 있다. 공감은 약간의 희생을 필요로 하지만, 그 정도면 남는 장사가 아닐까 한다.

 

글.프리터.김동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