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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적으로 감각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기본적으로 감각이라 함은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으며 바깥의 자극을 알아채는 시스템인 이른바 ‘오감’을 말하는데, 다양한 형태의 자극을 주고받도록 설계된 오감 시스템은 기본적인 삶의 형태를 만든다. 만약 그중 하나라도 사라지거나 제 기능을 못한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피곤한 삶이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photo by unsplash_Isabell Winter

 

그런데 오감 못지않게, 어쩌면 그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각이 있다. Sixth sense, 이른바 여섯 번째 감각이라 불리는 ‘육감(六感)’ 혹은 ‘직감(直感)’이 그렇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며 불현듯 찌푸둥한 느낌을 받았는데 하루 종일 나쁜 일만 일어났다든가,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불길한 느낌을 받았는데 결국 일이 잘 안되었다든가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직감이라 부르는데 사물이나 현상을 접했을 때 증명하지 않아도 곧바로 느껴서 알고 있는 감각을 말한다. 이는 오감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의 차원이다.

 

photo by unsplash_hao wang

 

과학 기술이 발달했다지만 인간이 여전히 모든 지진을 예측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산에 사는 동물들은 지진이 나기 하루 전에 감쪽같이 도망간다고 한다. 동물에게는 지진계도 없고 슈퍼컴퓨터도 없는데 어떻게 지진이 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걸까? 오랜 시간 산에 살며 자연스레 체득한 감(感)을 따르는 것이다. 직감은 이런 것이다. 동물적인, 반사적인 감각이며 직감의 속도는 생각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그리고 대개는 정확하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라는 유명한 노래 가사가 있다. 분명 공감이 되지만 뚜렷한 근거가 없기에 그저 속설로 여겨지던 노랫말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가설을 검증하려는 실험이 진행된 적이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의 마리우스 어셔 심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인간의 직감 적중’ 가설과 관련된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컴퓨터 화면의 오른쪽과 왼쪽에 2개의 다른 숫자를 연속적으로 보여주고 좌우의 평균값이 높은 쪽을 선택하도록 했는데, 이때 표시되는 시간이 매우 짧아 계산이 어려웠으므로 참가자들은 직감에 의해 선택을 해야만 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놀랍게도 90%가 넘는 정답률을 보이며 실험을 마쳤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직관이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고 정확한 도구임을 보여준다는 결론을 내렸다.

 

photo by unsplash

 

이처럼 뚜렷한 근거가 없어 보이는 직감이 귀신같이 맞아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직감은 결코 우연한 느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감은 그동안 몸이 축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전해주는 정교한 메시지다. 많은 사람들이 직감에 대해서 ‘어림짐작’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림짐작은 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어림잡아 근거 없이 대강 헤아리는 짐작을 말하는데, 어림짐작과 직감은 다르다. 일본 가노야 체육대학의 고다마 교수는

“직감은 과거의 성공 체험과 실패 체험 등이 쌓이고 쌓여서 경험이 되고 이러한 경험이 무의식중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감은 어림짐작과는 다르게 정확한 경우가 많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고다마 교수에 따르면 남아프리카의 금광 광부의 이야기를 통해 40년 경험을 가진 베테랑 광부는 3년 미만 경력의 광부보다 금광 광맥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을 알고, 베테랑 광부의 능력을 매뉴얼로 만들려는 시도를 했지만 베테랑 광부들은 광맥을 단지 느낄 뿐 어떻게 찾아내는지 잘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즉 직감이란 축적된 경험 속에서 반사적으로 나오는, 후천적인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틀리지 않으며 매우 효과적이다.

작년 초에 불세출의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때 이세돌 9단은 4대 1의 스코어로 처참히 패배했지만, 3천만 건 이상의 기보를 가진 인공지능 시스템을 상대로 한 번의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단지 수를 읽는 계산 능력에서 이세돌 9단은 컴퓨터인 알파고를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경험에 따른 직감은 인공지능을 꺾은 78수, ‘신의 한 수’를 만들어내며 제4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실제로 이세돌 9단은 승패를 가른 이 수를 놓을 때 긴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photo by unsplash_Peter Hershey

 

예컨대 인간관계에 있어서 짧은 시간 동안 생각이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상대방의 문장을 해석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직감은 목소리와 눈빛까지도 순식간에 읽어낸 후에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머리가 중의적 표현에 방황할 때도 직감은 침착하게 판단한다. 얼마 전에 이런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젊은 날 자유하고 성찰하며 살았던 사람은 자기 삶을 짓누르는 나쁜 공기를 금세 알아챈다. 이것은 위대한 능력이다“

양질의 경험과 지식에서 나온 직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글.프리터.이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