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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내게는 스테이크를 굽는 취미가 생겼는데, 집에 괜찮은 고기를 사두고 손님이 오면 알맞은 굽기로 요리하여 함께 먹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기쁠 때는 상대방이 내가 구운 스테이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을 때다.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 다음 손님을 위한 고기를 사러 가곤 한다. 내 취미 생활은 칭찬으로 유지되는 셈이다. 몇 년 전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다. 과연 고래가 칭찬을 들었다고 진짜 춤을 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칭찬을 들으면 춤을 출 정도로 기분이 좋다.

 

photo by unsplash

 

어릴 적에는 칭찬받을 일이 정말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건강하게 잘 태어난 것도 칭찬받을 일이었고, 뒤집기와 걸음마에 성공했을 때(잘 기억은 안 나지만)도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하여 쉽디 쉬운 받아쓰기에서 백 점을 받아왔을 때도 잔뜩 칭찬을 받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적지 않은 성취감을 느낀 채로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칭찬을 듣기가 참 힘들어졌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무엇을 하든 칭찬보다 비평 받는데 익숙하다. 높은 학점을 받아서 칭찬을 기대해도, 학업 이외의 다른 분야까지 노력할 것을 당부 받는다. 잘 하는 건 당연해졌고 못 하는 건 죄가 되었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기 때문일까? 내가 속한 2030세대뿐만 아니라 위 세대도, 아래 세대도 사정이 크게 다르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칭찬 불경기’다.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냉각된 사회 분위기 탓인지 이런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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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칭찬을 접하기 힘들게 된 분위기에는 나도 어느 정도 일조한 것 같다. 요 몇 주간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남을 칭찬한 일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갓 대학교에 입학한 동생이 논다는 이유로 싫은 소리를 했었고, 동료 직원의 실수에 날을 세웠다. 이렇게 하나둘씩 칭찬을 아끼기 시작하니 칭찬 불경기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어제 이런 생각을 한 이후로 오늘 하루는 작정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칭찬을 퍼부었다. 별 근거 없는 외모 칭찬부터 시작해서 성격에 대한 칭찬, 행동에 대한 것까지 아낌없이 퍼부었다.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니 어색해하는 기색이 조금 있었지만, 칭찬을 선물한 십수 명 중에 단 한 명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리학의 기본 법칙 중 하나로 에너지 보존 법칙(열역학 제1법칙)이 있다. 물리적인 에너지는 발생하거나 소멸하는 일 없이 열, 전기, 빛, 역학적 에너지 등의 형태만 바뀔 뿐 총량이 일정하다는 법칙이다.

이 법칙은 대부분의 세계에서 유효하지만 칭찬 세계에서는 조금 다르다. 칭찬을 해주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 실마리를 찾은 후에 단지 몇 마디의 말을 하면 된다. 하지만 칭찬을 받는 쪽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에너지가 생겨난다. 잔뜩 고무된 채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낸다. 칭찬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그야말로 효율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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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심리학 용어인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는 타인의 칭찬 혹은 기대가 어떤 일에 대한 능률을 높여준다는 것을 조명하는 이론이다. 1968년 하버드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과 미국에서 20년 이상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레노어 제이콥슨(Lenore Jacobson)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후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한 반에서 20% 정도의 학생을 뽑았다. 그 학생들의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 칭찬하여 그렇게 믿도록 만들었다. 8개월 후 이전과 같은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가 높게 나왔다. 뿐만 아니라 학교 성적도 크게 향상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타인의 긍정적인 관심이 실제 능률 향상에 효과를 미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입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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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곳곳이 불경기다. 칭찬 또한 불경기다. 싫은 소리가 넘쳐난다. DIY 같이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게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칭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렇게 포기하기엔 칭찬이 가진 힘이 아깝다.

불경기를 해소하기 위하여 적어도 하루 한 번쯤은 누군가를 칭찬하는 건 어떨까?

 

글.프리터.이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