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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 살에 첫 해외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첫 여행 치고는 도발적인 도시, 파리로 향했다. 비행기표가 심각하게 싸니 여행을 가보자는 친구의 꾐에 아주 쉽게 넘어가버렸다. 다른 친구가 그곳에 2년을 사는 동안에는 가지도 않아 놓고 ‘싸게’ 갈 수 있다는 말에 미끼를 확 물었다.

 

photo by unsplash

 

‘넘어가버렸다’라는 표현이 아주 딱 맞았다. 왜냐하면 난 30년을 살면서 해외 여행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아왔으니까. 그래서 사실은 친구의 가벼운 제안에 순간적인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서른 살이란 나이에 의미를 둬 보기로 했다. 삼십 대가 되었으니 해보지 않고, 의미두지 않았던 것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프리터 한지연님 소장 사진

 

나는 40만원에 표를 사서,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 오랜만에 느끼는 철제의 흔들림은 걱정과 설렘을 동시에 최고조로 만들었던 것 같다. 비행기 표가 싼 이유는 유럽의 빈번한 테러로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난 떠났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다.

 

프리터 한지연님 소장 사진

 

프리터 한지연님 소장 사진

 

프리터 한지연님 소장 사진

 

프리터 한지연님 소장 사진

 

그렇게 낯선 나라, 새로운 도시에서 짧디 짧은 일주일이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을 때, 나는 꿈을 꾸고 온 듯 했다. 그리고 한 달 이상을 ‘향수병’에 걸린 것처럼 제정신이 아니었다.

‘고작 일주일인데 왜 나는 그곳을 그리워할까? 나는 왜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왜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지 않았던 걸까?’  나는 ‘왜?’라는 질문을 끝도 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다.

답은 알고 있었지만, 행복한 사고의 되새김질이 나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유를 찾는답시고 그때 그 순간, 눈으로 보았던 장면과 느꼈던 감정들을 하나씩 떠올리면, 다시 꿈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으니까.

 

photo by unsplash_Farid Askerov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마치 첫사랑 같았다.

진부한 표현일 수 있지만 나로서는 첫 해외 여행인 만큼, 의미가 컸다. 그 추억의 떠올림, 설렘만으로 나는 약 일 년이란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돈과 시간이 있는데도 떠나지 않았던 여행, 무엇보다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해외 여행. 익숙할 만큼 오랜 시간동안 살아왔던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걷고, 구경하고, 숨쉬고, 자는 행위가 얼마나 신선한 지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나 혼자만의 생각을 깨고 도전했던 새로운 경험. 그 첫 시도가 이토록 즐겁고 행복한 일이란 걸 나이 서른에 느낀 것이다.

 

photo by pixabay_AlexanderM

 

 꼭 이런 여행이 아니라도 좋다. 누구에게나 떠올리고 추억할 작은 행복이 필요할 것 같다. 그 힘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꼭 나 자신을 힘나게 하는, 미소짓게 만드는 순간을 만들어 보자. 갑갑하고 힘든 현실이 점점 우리를 짓밟고 억누를 때, 많은 힘이 되어줄 거라 확신한다.

 

글.프리터.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