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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딸들보다 ‘아빠’라는 단어에 눈물을 쉽게 흘리곤 한다. 조그만 체구에 귀여운 매력을 지닌 나의 아버지. 그가 두 달 후에 아들을 장가 보낸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그의 모습이 매우 낯설다.

 

photo by unsplash_Nick Wilkes

 

정확히는 모르겠다. 딸로서 아빠의 인생을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그것도 미혼인 내가 3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이어온 가장의 마음을. 그런데 나도 서른이 넘으면서 아버지라는 이유로 느끼는 고통과 인내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더라. 어쩌면 그래서 더욱 씁쓸한 건지도 모르겠다.

‘난 왜 이제서야 이해하게 된 거지? 그 시간 동안 아빠는 이해받지 못한 사람으로 살아왔던 건가?’ 이런 생각에 잠기면, 나는 금세 눈물이 차오른다.

 

photo by unsplash_Lotte Meijer

 

아버지는 며느리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혼 생활이란 건, 남자가 많이 참아야 한다. 여자는 한 번씩 바가지도 긁을 줄 알아야 해. 그래야 남자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그리고 무조건 서로 배려하면서 맞춰 나아가는 거야.”

밖에서는 평소에 말이 없는 그가 힘들게 꺼낸 첫 마디였다. 그리고 그 말은 그의 인생을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았다. 요새 들어, 아버지는 아들의 결혼을 준비하면서 홀로 생각에 잠긴다. 그것도 매우 자주.우리집 부자 사이는 다른 집들처럼 평범했다. 남자들끼리 통하는 부분이 있다가도, 서로에게 친근한 표현은 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모습. 전형적인 옛날 부모라 나이 차 많이 나는 자식들과 소통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그런 그가 곧 있으면 텅 비어 버릴 아들의 방과 곳곳에 놓여 있는 물건들을 보며 눈물을 훔친다.

 

photo by unsplash_Jon Tyson

 

한 번은 ‘자신의 방’을 갖고 싶다고 말하던 아버지. 나는 부모님 사이에 문제가 없는데 왜 저러나, 하며 그를 공격했다. 나는 어리석었다. 아들이 쓰던 방을  계속 따뜻하게 유지하고 싶다는 말이라는 걸, 외롭고 허한 감정을 알아달라는 외침이었다는 걸 늦게 깨달아버렸다. 맞다. 내가 아무리 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해봤자, 부모 자식 간의 30년 세월을 어찌 쉽게 가늠할 수 있을까. 나는 부모를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을 쫓아갈 수 없는 어린 자식에 불과했다.

“아빠는 못할 것 같아. 눈물이 나서.”

그는 주례 대신 양가 아버님들의 말씀으로 진행되는 아들의 결혼식을 벌써부터 걱정한다. 혼자 연습을 한답시고 사랑하는 나의 아들, 이라고 첫 마디를 내뱉는 순간, 그의 커다란 눈엔 눈물이 차오르고 목소리는 떨리다 이내 잠겨 버린다. 이 모든 것을 아들은 알 턱이 없다. 아들은 그저 자기 여자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며 기특하고 대견하게 여기는 아버지의 따뜻한 미소를 잊을 수 없다.

 

photo by unsplash_Li Wubin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들의 결혼을 앞둔 나의 아빠, 나의 아버지의 곁에 있을 생각이다. 내가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예전보다 그의 외로움과 고통, 행복까지도 함께 나누는 딸이 되려 한다.

 

글.프리터.한지연